창밖의 자서전13 상암동 집과 개구리 소리 상암동 집 상암동은 예전, 아마도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양동에서 한강을 건널 때면 창문을 닫아야 할 만큼 지독한 냄새가 나던 난지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곳이다. 시간이 흐르며 매립이 끝나고, 기중기가 드나들고, 나무들이 심어졌다. 그렇게 스스로 생명을 회복한 땅은 지금은 넓은 공원이 되었고,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하여 경기장 앞 공원은 월드컵공원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내가 상암동 집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한 17년쯤 되었다. 소위 말하는 쓰리베드 동향집이다. 크지 않은 집이지만 구조가 좋아서 방마다 넓은 창과 베란다가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실 창 가득 숲이 보인다. 아파트가 야산과 맞닿아 지어졌고 우리 집은 11층이라 키 큰 나무들의 나뭇가지와 잎사귀.. 2026. 7. 15. 뒤집기 하고 싶은 하성이 사 개월쯤이 되어가나 보다. 옆으로 눕기를 자연스레 하는 것 같더니 하성이가 오늘은 드디어 뒤집기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팔을 자연스레 펴기보다는 대부분 입에 넣고 빨거나 오므리고 있어서 뒤집는 동작이 아직 나오기가 힘들다 머리도 아직 무겁다. 아마도 목의 근육이 힘이 생겨야 뒤집을 때 목을 가눌 것 같다. 먼저 힘이 생기는 것은 아마도 다리 쪽인지 발꿈치로 밀거나 다리를 버둥거리는 것은 아주 활발하다. 엄마가 살짝 손을 대어주면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다. 뒤집어서 갑자기 보이는 사물과 시야가 놀라운지놀란 표정이 너무 재밌다. 한 번은 뒤집으려고 버둥대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성을 내며 운다.우유를 주었더니, 절반도 안 먹는다. 왜 화가 나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우유를 좀 먹었더니진정이 되긴 .. 2026. 7. 14. 하성이 이야기 하성이 이야기 온 우주에 하나뿐인 아이, 성이가 자라나는 시간을 함께 기록합니다. 이 아이는 3월에 태어났다.2.6kg의 아주 작은 아이였다. 신기하게도 손가락과 발가락이 뭉툭하지 않고 길다. 유난히 경계심이 많은 아이인지, 신생아이들이 흔히 짓는 배냇웃음을 본 적은 많지 않다. 백일이 되어 갈 무렵부터는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표정도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다. 가끔 손바닥을 활짝 펴기도 한다. 엎어 놓으면 제법 고개를 한참 들고, 다리에 힘이 생겼는지 바닥을 밀면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도 10Cm쯤은 몸을 밀어 올라간다. 이제는 누어 있다가 허리를 들썩이는데 안아 달라는 표현인 것 같기도 하다. 대개는 배가 고플 때 운다. 울기 시작하면 마치 갑자기 무언가 사.. 2026. 7. 8. 어느 날부터는 더 이상 잘 팔고 싶지 않았다 늘 해왔던 일인데 어느 날, 아니 언제부터 인가 스멀스멀 더 이상 이 일을 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온 것 같다. 나는 팔아주는 사람이고 동시에 사주는 사람이다. 아주 익숙하게 어느 것은 어떤 장점이 있고 심지어는 어떤 사람에게 팔면 좋겠다는 감각이 생긴 것을 느낄 때쯤인 것 같다. 심지어는 아침 출근길에 파리바게트 앞 소도로에 차를 세우고 커피 한잔을 사서 들고 나올 때 하늘을 보는 느낌, 그 신선한 아침 느낌을 그렇게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뭔가를 잘 팔기 위해 출근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지는 것은 왤까 그때 내가 판 것은 집이 아니었다. 십몇 년도 훌쩍 지난 일이다. 오피스텔 전세를 구하러 온 미시, 젊은 30대를 만나서 이야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지만 하여간 오래전 이야기이다.. 2026. 1. 24. 신랑이 주고간 지참금, 가장 아름다운 약속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약속을 잊은 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겨운지, 혹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가슴을 두드릴 때, 다시 그 약속을 찾게 됩니다. 12월은 한 해를 보내었구나 뒤돌아 보게 만드는 달입니다.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단풍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오후 햇살의 찬란함에 순간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하지만 12월은 어느 날 문득, 상점 유리에 비친 익숙하면서도 낯선 노인의 모습을 보며, 견딜 수 없는 깊은 외로움과 마주하게 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점심 먹고 난 후 어떤 날은 조심스럽게 기억의 창고를 열어 보게 됩니다.그 한쪽에 아주 오래된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습니다.그리고 그 편지 속에는 바로, 그 아.. 2025. 12. 11. 코끼리가 가져 온 숲, 아프리카 거실 노란 사무용 3단 서랍장 위에 코끼리 카드가 한 장 놓여 있다. 살짝 거친 느낌의 무지 종이 위에 빨리 노랑 줄무늬가 화려하게 어우러진 코끼리가 5mm 정도 두께로 도톰하게 서 있다. 금방이라도 종이 위에서 걸어 나올 듯한 기세다. 저 줄무늬 코끼리는 분명히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다. 탄자니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다녀온 작은아이는 선물대신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카드에 정갈한 솜씨의 손 편지를 적어 건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집세를 50만 원 정도, 한 달에 모두 150만 원 정도면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 호주와 닮았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미국"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본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온 저 코끼리는, 어느 순간부터 .. 2025. 7. 2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