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자서전

코끼리가 가져 온 숲, 아프리카

Gracehaus 2025. 7. 25. 21:44

거실 서랍장 위에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드한장
서랍장 위에 코끼리 카드가 서있는 사진

 

 

거실 노란 사무용 3단 서랍장 위에 코끼리 카드가 한 장 놓여 있다.  살짝 거친 느낌의 무지 종이 위에 빨리 노랑 줄무늬가 화려하게 어우러진  코끼리가  5m 정도 두께로 도톰하게 서 있다. 금방이라도 종이 위에서 걸어 나올 듯한 기세다.

 

저 줄무늬 코끼리는 분명히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다.

 

탄자니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다녀온 작은아이는 선물대신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카드에 정갈한 솜씨의 손 편지를 적어 건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집세를 50만 원 정도, 한 달에 모두 150만 원 정도면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 호주와 닮았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미국"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본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온 저 코끼리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집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후로 종종 아프리카의 숲과 거리, 햇살과 바람이 떠오르곤 한다. 

 

퇴근 후 1시간쯤 지났을까.   이제 창밖 숲의 윤곽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오래된   소파에 기대어 앉아서 

유튜브로 첼로 연주곡을 틀어 놓는다.  음의 고저나 감정의 파고를 따라,  코끼리가 천천히 방 안을 걸어 다니는 착각이 인다. 

 

문득 고개를 들어, 서랍장 위 코끼리를 다시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코끼리가 집에 올 무렵

나는 조용히 '창밖의 자서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배경중 한 장면엔 언제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초원이 자리하고 있다.   

 

느닷없는 일은 아니었다. 

감정의 노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가슴 깊숙이 쌓여가던 시기에 분명히 출구는 있어야 했다. 

 

그래서 가끔, 정말로 아프리카로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일 토요일도, 무더위는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이번 주 주일에는 노모를 돌보고 있는 친구 권사님을 모시고 가평의 커다란 정원이 있는 카페에 가보려 한다. 

 

가끔 갑자기 '뭔가 해야 한다'는 감정은 사실 이유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루의 소풍이 그녀에게 꽤 근사한 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안다.

삶은 누구에게나, 대개는 너무 고단하니까. 

 

서랍장위 무지카드 위에 도톰한 코끼리 사진, from 아프리카
이 코끼리는 아프리카에서 왔습니다.

 

" tons of love from Africa" 라고 쓰인 이 코끼리 카드는

작은아이가 아프리카에서 직접 골라 온 손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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