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약속을 잊은 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겨운지, 혹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가슴을 두드릴 때, 다시 그 약속을 찾게 됩니다.
12월은 한 해를 보내었구나 뒤돌아 보게 만드는 달입니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단풍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오후 햇살의 찬란함에 순간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12월은 어느 날 문득, 상점 유리에 비친 익숙하면서도 낯선 노인의 모습을 보며, 견딜 수 없는 깊은 외로움과 마주하게 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점심 먹고 난 후 어떤 날은 조심스럽게 기억의 창고를 열어 보게 됩니다.
그 한쪽에 아주 오래된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습니다.그리고 그 편지 속에는 바로, 그 아름다운 약속이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오래전, 신랑은 한 아름다운 신부를 마음에 품고 정혼을 맺었습니다.
신부의 손가락을 잡고, 마음에 새기고 눈에 담은 뒤
신랑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지참금은 이 세상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값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랑은 자신의 생명을 지참금으로 내어 놓았어요.
그 사랑을 어린 신부가 알도록
신랑은 오랜 시간 편지를 써서 보내며
자신의 마음과 약속을 전했습니다.
나는 그 오래된 편지를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갈피를 접으며 읽고 또 읽었습니다.
기억 속 오래된 글자들이 어느새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창밖에는 어느덧 눈이 내리고,
세상은 신부가 든 부케의 꽃처럼 찬란해집니다.
약속은 '깨닫는 속'에서 굳게 붙들어지고,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다시 어떻게 살아갈 이유가 발견됩니다.
가슴이 뛰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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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생명으로 대가를 치른 지참금의 의미를 되새기는 12월의 묵상 에세이,
오래된 약속과 기다림의 깊은 사랑을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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