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에어컨이 있다. 방문을 열어 놓으면 시원한 공기가 전해져 온다. 4평이 채 안되는 방이다. 좋아하는 좁고 긴책상과 벽에 붙혀서 나란히 놓은 침대의 길이는 같은 2m이다. 옅은 푸른색 시트의 침대에 아기처럼 엎드려 올라가서 머리를 베개에 대면 꽤근사한 호텔의 호캉스에라도 온 것같은 느낌이 갑자기 든다. 고개를 들면 넓은 창밖으로 푸른 숲이 검게 보인다. 밤이다.
어느새 잠이 드는지는 잘 모른다.
하루의 피곤과 노고를 잊고 잠이 드는데 필요한 평수는 4평이 면 족하다. 그 보다는 하루동안 있었던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 이런것들에서 쌓인, 혹은 오래된 결혼생활 같은 것에 배어있어 무거움 같은 것을 소화하는데 쓰인 에너지가 오히려 크다.
생각을 달리했을 뿐인데 의외의 물꼬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저렇게 과거의 순간을 기억하며 만회하려고 노력할 때는 힘이 들었다. 이렇게 하면 될것 같은 생각에 비해서 현재는 늘 언제나 많이 달라져 있을 때가 많으니까. 그런데 엊그제 아침, 커피를 사러 날마다 걷는 거리에서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일을 그만 두는 과정을 가고 있구나. 그런걸 그렇게 애쓰고 해보려고 동동 걸음을 걸었다니....
신기하게도 그 때 이후로 어깨에 들어가는 긴장감이 조금 느슨해진 것 같기도 했다. 오늘 저녁에는 작고 푸른색 시트 침대 같은 글머리가 떠오른다. 나는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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