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자서전 2

코끼리가 가져 온 숲, 아프리카

거실 노란 사무용 3단 서랍장 위에 코끼리 카드가 한 장 놓여 있다. 살짝 거친 느낌의 무지 종이 위에 빨리 노랑 줄무늬가 화려하게 어우러진 코끼리가 5m 정도 두께로 도톰하게 서 있다. 금방이라도 종이 위에서 걸어 나올 듯한 기세다. 저 줄무늬 코끼리는 분명히 아프리카에서 온 것이다. 탄자니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다녀온 작은아이는 선물대신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카드에 정갈한 솜씨의 손 편지를 적어 건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집세를 50만 원 정도, 한 달에 모두 150만 원 정도면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 호주와 닮았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미국"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본다.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온 저 코끼리는, 어느 순간부터 우..

창밖의 자서전 2025.07.25

작은 푸른색 시트 침대에 누울 때

마루에 에어컨이 있다. 방문을 열어 놓으면 시원한 공기가 전해져 온다. 4평이 채 안되는 방이다. 좋아하는 좁고 긴책상과 벽에 붙혀서 나란히 놓은 침대의 길이는 같은 2m이다. 옅은 푸른색 시트의 침대에 아기처럼 엎드려 올라가서 머리를 베개에 대면 꽤근사한 호텔의 호캉스에라도 온 것같은 느낌이 갑자기 든다. 고개를 들면 넓은 창밖으로 푸른 숲이 검게 보인다. 밤이다. 어느새 잠이 드는지는 잘 모른다. 하루의 피곤과 노고를 잊고 잠이 드는데 필요한 평수는 4평이 면 족하다. 그 보다는 하루동안 있었던 사람들과의 만남, 대화 이런것들에서 쌓인, 혹은 오래된 결혼생활 같은 것에 배어있어 무거움 같은 것을 소화하는데 쓰인 에너지가 오히려 크다. 생각을 달리했을 뿐인데 의외의 물꼬가 생기기도 한다...

창밖의 자서전 2025.07.24